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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일기 15

아이들 옷과 헤어지기

세탁물을 정리하다 보면, 수명을 다한 옷들이 보인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기름기가 빠지고 건조해지듯이, 세탁물도 물이 빠지고 뻣뻣해진다. 그런 느낌을 받은 주말에는 어김없이 아이들의 옷 한두 봉지가 재활용쓰레기에 놓인다. 재활용과 음식물을 버리러 갈 때 가져가서 의류수거함에 넣게 되는데, 이 과정이 나에게는 좀 곤욕스럽다. 반투명의 봉지를 신경 쓰지 않듯이 바라보지만, 짧은 순간 이미 내 눈은 봉지 속 내용물의 스캔을 끝낸다. 그리곤 버리고 싶지 않은 옷을 발견하고 가슴이 철렁한다. 저 옷을 떠나보내야 하다니... 저 옷을 입은 아이의 모습이 너무 이뻐서 내 머릿속에 완벽하게 각인된 옷인데... 느낌이 사람과 헤어지는 것 못지않다. 아내라고 시원한 마음으로 보내는 건 아닐 거다. 아이를 싸맨 그 옷의 감..

아빠육아일기 2023.02.26

입학을 위한 초등학교 견학

큰딸의 입학이 다가오니, 주보호자에게 오는 알림톡이 많아진다. 내가 주 보호자라니... 알림톡을 받을 때마다 어깨가 무거워졌다. 어린이집의 일은 대부분 와이프가 알아서 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상황이기도 했다. 어쨌든,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환경변화가 큰 아이에게 도움이 될만한 일들은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 불꽃같은 방과후수업 신청이 끝나고, 그 뒷수습에 한참인데, 학교로 견학을 오라는 알림톡이 왔다. 학교시설을 둘러볼 수 있고, 특히나 담임선생님을 만나 뵈는 첫날이기에, 부부 둘 다 외출을 내고 가기로 했다. 집과 가까운 초등학교라 외형은 익숙했는데, 들어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말보다 주먹이 앞선던 학창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내게 선생님은 항상 긴장되는 존재였다. 그런 선생님들이 학교 ..

아빠육아일기 2023.02.25

방과 후 수업 신청 실패

며칠 전부터 첫째의 방과 후 수업을 짜기 위해, 아내는 밤늦게까지 열심이었다. 대학교 때 시간표 짜는 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올해 입학하는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눈물겨웠다. 방과 후 수업을 들으려면 2시 정각에 담당선생님 폰으로 문자를 보내야 했다. 21세기도 한참 지난 이때 이 무슨 밀레니엄 방식이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은 방법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했다. 갑작스러운 회의가 생겼고, 회의를 마치고 왔을 때, 와이프가 방과 후 수업 선생님에게 보낸 메일이 나에게 와 있었다. 잘 가는지 내 번호로 테스트한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2시 7분이었다. 내용을 확인해 보니, 와이프도 회사에 급한 일..

아빠육아일기 2023.02.22

어린이집 졸업

내일이면 첫째가 어린이집을 졸업한다. 초등학교 입학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졸업이라는 걸 깊게 생각 못했다. 아이가 처음 속했던 공간을 떠나는 거였다. 6년 가까이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과도 헤어지는 것이었다. 슬플 것 같았다. 12월 생이던 아이를 1년 꼬박 집에서 데리고 있다가, 14개월이 되던 때 어린이집을 보냈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처음 두고 왔던 날이 생각난다. 아이는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놀이터에 앉아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놀라지 않게 조심조심 빠져나왔다. 어린이집을 돌아 나오면서 10번쯤 뒤를 돌아봤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어야 되나? 뛰어다니는 아이도 있는데, 치이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들이 날 슬프게 했다. 한동안 온 정신이 어린이집에 가 있었다. 그랬던 아이..

아빠육아일기 2023.02.21

내가 탈모치료를 시작하게 된 이유

사례 1. 허리치료를 위해 갔던, 도수치료 병원에서 도수치료사와의 대화 도수치료사 :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 : "그렇죠. 저희 집도 애가 둘인데, 진짜 힘듭니다." 도수치료사: "애기가 몇 살인데요?" 나: "7살, 4살입니다." 도수치료사: "아~ 손자들요?" 나: ..... 사례 2. 여수 과일 모찌 가게 주인과의 일화 요즘 유행이라는 과일 모찌를 사기 위해 도로 옆 가게로 들어갔다. 모찌 주인: "어서 오세요~" 나: "모찌 중에 뭐가 제일 잘 나가요?" 모찌 주인: "딸기, 샤인머스켓이 잘 나갑니다. 6개 000원, 12개 0000원입니다." 나: "6개짜리로 주세요." 7살 첫째 딸이 가게로 들어왔다. 모찌주인: "아이고 이뻐라~ 할아버지가 맛있는 거 사주시려나 보네" ..

아빠육아일기 2023.02.15

40살 차이

마흔 살에 결혼을 했다. 별로 늦은 결혼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결혼 자체에 생각이 없었다. 내 인생에 가정을 꾸리는 게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아내를 만났고, 결혼을 했다. 아내와는 나이 차이가 많았다. 주변에서는 나이차를 들으면 놀라곤 했지만, 내가 워낙에 철이 없었던 터라 아내와의 나이차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결혼 후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난 아내와의 나이차이를 심하게 느끼진 않는다. 문제가 생긴 건 딸이라는 새로운 지표가 나타나면서부터였다. 40에 결혼해 41살에 딸을 얻었다.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한 살인 딸과 끝자리 나이가 같다. 처음엔 딸과의 나이차이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냥 옹알거리고 있었으니까. 작년부터 딸이 내 나이를 묻기 시작했다. 답을 하려는 데 뭔가 멈칫하는 느낌이 있..

아빠육아일기 2023.02.14

아이들 교육에 아빠의 무관심이 중요하다는 이유

아이들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앞의 두 가지는 이해가 되는데, 아빠의 무관심이 중요하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쓸데없이 끼지 말고 빠지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난 집안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의 교육에 엄마만큼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왜 아이들 능력향상에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한지 수긍하게 된 이유를 말해보고 싶다. 아이가 3월이 되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준비해야 할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 학용품부터 시작해서 돌봄 서비스 신청, 학교 적응까지 준비해야 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건 아이의 영어 학습이었다..

아빠육아일기 2023.02.13

아이들의 행동이 달라진 게 있을까?

이틀 전 엄마가 바빠서 나 혼자 아이들을 재우고 있었다. 불 꺼진 방 안에서 심심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누워서 노래 부르기 대결을 했다. 한곡씩 돌아가면서 아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이제 5살 올라온 둘째는 아는 노래가 많지 않아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는 노래가 많았다. 오히려 내가 아는 노래가 없어 하나 둘 셋 넷! 하는 시작구호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아이들은 노래를 잘 부르면 박수를 쳐줬고, 실수를 하면 실수를 흉내 내며 까르르하고 웃어댔다. 한 30분쯤 놀고, 자 아제 자자라고 얘기하니 아무 말 없이 스르르 잠들었다. 어제는 와이프도 나도 좀 힘든 날이었다. 와이프는 일이 바빠 집에 와서까지 일을 하고 있었고, 난 저녁에 아이들 챙기고, 잠을 재웠다. 아이들을 챙긴다고 했지만, 나도 힘..

아빠육아일기 2023.02.11

소리 지르고 때리는 아이 - 오은영 실전편

똑똑하고 이쁘고 귀염성 많은 둘째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둘째의 행동이 민감해졌다고 들은 건 화창했던 오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즈음 둘째는 어린이집이 가기 싫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어린이집을 들어갈 때도 가기 싫다고 대성통곡하는 날이 많아졌다. 집에선 가족들에게 물건을 던지기 일쑤였고, 언니를 때리는 일도 잦아졌다. 일춘기려니 했었다. 첫째처럼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리라 했었다. 둘째에게 신경을 부쩍 쓰기 시작했다. 좋은 쪽으로, 또 나쁜 쪽으로도. 아이를 보듬어 줘야 된다는 생각에 아내가 둘째를 많이 챙겼다.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고 애정표현도 많이 했다. 반면에 난 강공책을 썼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더 큰소리로 윽박질렀고, 물건을 던졌을 때는 던진 물건을 다 갖다 버리기도 했다. 생전..

아빠육아일기 2022.11.06

딸기체험 - 창원 주남 농부더하기

애 키우는 입장에서 '체험하기'란 말이 들어가는 말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비싼 딸기 따기 체험 같은 것은 부모로서의 로망을 자극합니다. 체험농장은 텔레토비 동산 같고, 딸기 밭에는 아이 주먹만 한 딸기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무데서나 딸기를 따서 한입 가득 먹어대고, 부모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거죠. 하지만, 현실은 그 로망과 거리가 멀죠. 생산 효율을 극대화 한 비닐하우스, 좁은 대기공간, 딱 짜인 동선, 그리고 상품화에 밀려 생존해 있는 것 같은 여린 딸기들. 현실은 생각한 것보다 참혹하지만, 아이들의 체험을 망칠 수 없기에 과장된 웃음과 액션으로 생각과 현실의 괴리를 메웁니다. 대부분의 체험이란 것들이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체험 역시 별..

아빠육아일기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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