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육아일기

40살 차이

생각파워 2023. 2. 14. 07:30

마흔 살에 결혼을 했다.

별로 늦은 결혼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결혼 자체에 생각이 없었다. 내 인생에 가정을 꾸리는 게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아내를 만났고, 결혼을 했다. 아내와는 나이 차이가 많았다. 주변에서는 나이차를 들으면 놀라곤 했지만, 내가 워낙에 철이 없었던 터라 아내와의 나이차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결혼 후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난 아내와의 나이차이를 심하게 느끼진 않는다. 문제가 생긴 건 딸이라는 새로운 지표가 나타나면서부터였다. 40에 결혼해 41살에 딸을 얻었다.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한 살인 딸과 끝자리 나이가 같다. 처음엔 딸과의 나이차이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냥 옹알거리고 있었으니까.

 

작년부터 딸이 내 나이를 묻기 시작했다. 답을 하려는 데 뭔가 멈칫하는 느낌이 있었다. 주춤거리며 나이를 얘기했다.

 

"아빠 나이가 많네"

 

"왜? 많아서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나이가 많으면 오래 못살잖아"

 

딸이 약간 슬퍼하며 말했다.

순간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별로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내 나이가 갑자기 확 느껴졌다. 이상한 나라에 갔다가 현실세계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눈에 노안이 와도, 치아가 시려도,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눈가에 주름이 많다고 느껴졌을 때도 별 느낌이 없었는데, 딸아이의 그 말 한마디가 나를 현실세계로 데려왔다.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살아온 날들보다 많지 않을 것이었다. 멀쩡하게 힘 있는 모습으로 있어줄 수 있는 시간은 그 절반쯤 밖에 안될 터였다. 

 

이제야 알 것 같다. 20대의 체력은 술마시라는 체력이 아니라, 아이 키우는 체력이라는 것을. 젊은 시절 사랑을 찾아 헤맸지만, 그때 소비한 시간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시간을 줄여버렸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 자기 나이 킬로수만큼 시간이 빨라진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은 쏜살같이 달려간다. 난 나이로 빨라진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추가했다. 그래서 요즘 내 시간은 미친듯이 흘러간다. 하루하루가 안타까울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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