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빛이 태양에서 지구로 오는데, 8분이 걸린다는 얘기를 들으면 도무지 그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빛으로 1년을 가야 하는 거리를 1광년으로 정해놓고, 지구에서 가까운 별까지 100광년, 은하의 크기가 10만 광년, 다른 은하와의 거리가 100만 광년식으로 늘어놓기 시작하면 생각이 거기에서 멈춘다. 생각의 범위를 벗어난 거리에 얼마를 더하든 소용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껏해야 머리에 넣고 있는 정보가 태양의 크기, 태양계 행성의 종류와 그 위성들, 각 행성들의 크기,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정도였다.
'코스모스'라는 책을 보고 처음에는 좀 의아하고 걱정스러웠다. 책이 너무 두꺼웠기 때문이다. 우주가 무한정에 가까울 만큼 크고, 별의 수도 그와 다르지 않지만,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는 주제는 얼마 되지 않을 텐데, 이렇게 두꺼울 필요가 있냐는 생각에서였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지혜가 늘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진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세상에 자랑할 시간이 늦춰져 간다는 조급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의아함과 조급함은 사라졌다.
책은 우주를 처음 접하는 아이에게 설명하듯이, 작은 개념부터 차근차근 쌓아나간다. 대가들의 책을 읽다 보면, 설명이 너무 쉬워서 내가 이 분야에 소질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생명 탄생의 신비를 우주와 연결 지어 설명하는 부분은 그 설명이 너무 명확해서, 머릿속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정보의 조각들이 하나로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 독후감에서도 얘기를 했지만, 약간 소름이 돋았던 부분이다. 그 넓은 분야의 깊은 통찰에 경의를 표한다.
태초에 빅뱅이 있었다. 우주공간에는 수소가 존재했다. 수소는 중력의 힘에 의해 서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뭉쳐진 수소는 더욱 밀집되고 결국 핵융합을 일으켰다. '핵융합'. 말 그대로 핵이 합쳐졌다는 말이다. 하나의 양성자를 가진 수소가 핵융합하여 두 개의 양성자를 가진 헬륨으로 변화했다. 그 변화과정에 빛과 열을 발하게 되었다. 별의 탄생이었다. 수소 핵융합으로 헬륨이 밀집되자 헬륨을 이용한 핵융합이 시작됐다. 그 결과물로 탄소와 산소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물들은 다시 밀집되어 철, 규소, 마그네슘과 같은 더 높은 수준의 원자들을 생성해 낸다. 이렇게 생성된 원자들은 별의 폭발로 인해 우주로 흩어져 다른 별과 행성을 구성하는 재료가 된다. 지구의 탄생이 이 재료들을 이용했고, 인간도 이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별의 후손이다.
이제 왜 우리가 별의 후손인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태고부터 태양을 신이라 부르는 문명이 많았고, 신이 우리를 창조했다고 말한다. 책을 보면 정말 태양이 우리를 창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별의 원자가 뭉쳐 분자가 되고, 태양광선이 대기를 때려 천둥과 번개를 만들었다. 천둥과 번개가 분자에 힘을 가하고, 분자는 자기를 복제할 수 있게 됐다.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명이 진화할 수 있게 했다. 태양에너지를 식물을 통해 축적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생명은 진화의 과정을 거쳐 인간이 될 수 있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핵심이 되었던 내용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별과 태양을 이용하여 더 명확히 설명해 주었다. 머리가 1만큼 더 똑똑해진 느낌이다.
지구는 태양을 공전한다. 태양계는 은하를 공전한다. 은하는 우주를 떠 다닌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은 항상 새로운 공간이고, 우리는 그 공간을 한없이 떠돌아다닌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두고 우주 나그네라고 지칭했다. 무한의 공간을 홀로 여행하는 창백한 푸른 점 지구. 너무 슬프지 않은가? 인류가 서로 사랑해야 할 이유다.
이 외에도 과학의 시작, 문명의 충돌, 과거와 미래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논리 정연하게 담겨 있다. 700쪽으로 이 방대한 내용을 정리한 저자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많고,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다. 책의 두께에 질려버릴지도 모르지만, 꾹 참고 끝까지 읽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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