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탈모치료 경험담 그리고 그만두게 된 이유

생각파워 2023. 8. 31. 10:38

 

2023.01.31 - [일상다반사] - 탈모치료의 시작

2023.01.31 - [일상다반사] - 탈모치료의 시작. 창원 참빛의원 방문기

 

탈모치료를 받으러 가서, 좋은걸 해 달라고 하면,  두피가 따끔따끔하게 10여 분 동안 총을 쏴준다. 머리 전체를 바늘로 콕콕 찍는 고통을 참고 나면, 안 그래도 없는 머리가 떡져서 내 머리칼의 참상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이런 상태로 밖을 돌아다니는 건 자존감을 낮출 수 있다. 그러니 모자는 꼭 챙겨 가셔라.

 

처방전을 받고, 1층에 있는 약국을 가면, 공장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좁은 약국안이 갑갑할 정도로 사람들이 서 있다. 독한 감기에 걸렸을 때 먹을 것 같은 약을 하루 세 번, 한 달 치를 지어줘야 하니, 약국보다 공장 느낌이 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약을 지어주시는 노년의 약사선생님도 기계처럼 움직인다. 머리털로 고생하는 남자들이 꿈을 실현시켜 줄 마법의 약을 기다린다. 작은 종이백 가득 약을 받으면, 부자가 된 듯한 뿌듯함과 정체모를 약을 먹어치워야 하는 불안함이 동시에 몰려 든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은 마음도 약을 먹을 때마다 나를 흔든다.

 

처음 2주 동안은 열심히 약을 먹고, 머리에 약을 바르고 해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속았나 싶기도 하지만, 빠질 머리가 빠지고 다시 난다니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이번에는 끝장을 보리라 다짐도 해 본다.

 

변화는 아주 사소한 곳에서부터 온다. 키보드를 치다가 손을 보게 됐는데, 엄지손가락 밑부분의 털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털이 없는 만큼 몸에 털도 없는지라 평상시에는 잘 눈에 띄지 않는 녀석들인데, 유독  그 털들이 눈에 거슬렸다. 자세히 살펴보니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굵고 힘차게 뻗어있다. 집에 가서 몸 전체를 살펴봤다. 아직은 국지적인 현상인 것 같다.

 

두 번째 처방 받은 약을 일주일쯤 먹었을 때, 머리를 감고 머리를 말리는데, 이전의 머리와 다른 느낌이 났다. 뭔가 뻣뻣하고 양이 많아진 느낌. 그러나 긴가민가했다. 그즈음 나뭇잎에 맺힌 큰 빗방울을 머리에 맞았다. 소리가 둔탁했다. 평상시 그 부위는 물방울을 맞으면, '딱' 하는 소리가 약하게 나는 곳으로 내 머리 상태를 바로 알 수 있는 스팟이었다. 근데 뭔가가 머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미약한 경험담들이 쌓여가고 있을 무렵, 결정적으로 미용사님께서 머리칼이 많아졌다고 약효를 검증해 주셨다. 됐다!! 이제 난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될 수 있다. 기다려라 학부모회의.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약을 한 달쯤 먹었을 때부터 몸의 이상은 느끼고 있었다. 가끔씩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전에는 없던 현상이어서, 약 때문이구나 했다. 그래도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어서 참았다. 수십 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 정도 난관은 없으랴 생각했다. 두 달째 약을 다 먹어갈 때쯤 소화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속이 쓰리고, 소화도 잘 되지 않고, 배변 활동도 쉽지 않았다. 가슴은 더 자주 많이 두근거렸다. 모든 게 약 때문은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약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았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몇 년째 잘 먹고 있더니만... 약한 몸을 원망해 본다. 멋있는 아빠보다, 오래 같이 있어주는 아빠가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약을 끊었다.

 

약을 끊고 세달이 지났다. 약을 끊고 바로 두근거림은 없어졌다. 머리칼은 약효 없이도 한두 달 버티는 것 같더니, 이제 많이 떠난 것 같다. 짧게나마 꿈꿔 본 풍성한 삶이 아쉽다. 하긴 이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였으면, 그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머머리였겠는가?

 

아직 끝난건 아니다. 요즘은 다른 방법을 생각 중이다. 머리가 듬성듬성한 편이라 두피에 색칠을 하면 숱이 많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두피문신을 고려해보고 있다. 문신도 영구적인 건 아니라, 몇 년 후 더 나빠질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두 딸 사춘기 때만 버틸 수 있으면 괜찮겠다 싶다. 그 이후의 일이야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될 일이다.

반응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글로리의 통쾌한 복수를 응원하는 이유  (0) 2023.02.18
터지면 유머, 안 터지면 역적!  (0) 2023.02.16
허리 아플 땐 걷기가 최고  (0) 2023.02.12
나는 친구가 없다  (0) 2023.02.11
부부싸움의 조건  (0) 2023.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