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더 글로리의 통쾌한 복수를 응원하는 이유

생각파워 2023. 2. 18. 08:10

 

 

 

일 년에 몇 건씩 학교폭력을 당하고 힘들어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의 뉴스를 접한다. 웬만한 악당들도 혀를 내두를 만한 그들의 괴롭힘은 집요하고 잔인했다. 영화 아저씨에 보면 소미엄마를 고문하는 방식으로 드라이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보면서 영화니까 좀 과장해서 만든 거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더 글로리를 보면 고등학생 아이들이 그렇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에 그 장면이 2006년 학교폭력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걸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역시 현실은 영화보다 잔인했다.

 

학창 시절 중 제일 힘들었던 시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난 중학교 2학년을 꼽는다.

중학교 1학년 때 어설프게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편의상 Y라고 하겠다). 학교 밖에서 따로 만나 놀지는 않고, 학교에서 가까이 앉아 놀았던 친구였다. 2학년에 올라와서 옆자리에 앉은 걸 보면 그래도 그 시기에는 제일 친한 친구였나 보다. 근데, 친구와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없어서, '어설프게' 친하다고 표현했다. 그 어설픈 친함이 나를 2년간의 학교폭력으로 몰아넣었다.

 

Y는 운동을 곧잘 했고, 성격이 우악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래서 자기보다 힘이 약한 친구들을 좀 괴롭혔다고 했다. 1학년때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편의상 J라고 하겠다)가 2학년 때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더니, 복수를 위해 위해 Y를 찾아왔다. 쉬는 시간이었는데 J가 나를 찾았다. 무슨 일이 지하고 교실 밖으로 나갔는데, '쩍'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지 몰랐었는데, 다시 한번 '쩍'하는 소리가 났다. 잘 살펴보니 Y보다 덩치가 큰 아이가 Y를 패고 있었다. 주먹 하나하나가 얼굴에 정확하게 꽂혔는데, 싸움을 잘하는 아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Y는 종잇장처럼 한 대 맞을 때마다 두세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교실 앞문에서부터 뒷문까지 구타는 계속됐다.

 

난 J는 Y가 자기를 괴롭힌 걸 기억하냐고 추궁했고, 내가 잘 모르겠다고 하자, 나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쉬는 시간 10분이 그렇게 길 줄 몰랐다. 폭력이 여기서 끝나길 바랐지만, J의 복수는 길고 집요했다. Y와 나는 학교를 마치고 J 무리들에게 둘러싸여, 뒷산을 올랐다. 뒷산에서 Y에 대한 폭력이 이어졌고, 나에겐 추궁이 계속 됐다.

 

아이를 폭력으로 대하면 안 된다는 걸 이때 배웠다. 상시적인 폭력에 노출됐던 Y는 가깝고 힘없는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기 책상으로 물건 넘어오지 마라 하는 것으로 시작됐는데, 얼마 되지 않아 폭력에 가까운 괴롭힘으로 바뀌었다. 난 J에게 Y의 친구라고 괴롭힘을 당했고, Y에게는 가까이 있다고 괴롭힘을 당했다. 

 

학교라는 곳이 좋을 때는 한없이 좋은 곳인데, 나쁜 일이 생기기 한없이 나쁜 곳이기도 했다. 그때의 나에게 학교는 정말 가기 싫은 곳이었다.  교도소와 다를게 뭔가 싶었다. 그 2년의 괴롭힘이 나의 많은 부분을 병들게 만들었다. 

 

세월이 많이 흘렸고, 생활이 안정되면서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다. 이제는 나를 괴롭혔던 아이들을 용서하고 싶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나를 병들게 했던 아이들이 진심으로 불행하게 살길 바란다. 철없는 어린 시절이라고 하지만 그 아이들의 괴롭힘은 아이들의 천진함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집요했다. 아직도 일주일에 몇 번씩 감정을 소모하게 만드는 그 아이들이 내가 힘들었던 만큼 꼭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게 더 글로리의 화끈한 복수를 응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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