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허리 때문에 걷기를 시작한 지 33일째 날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허리가 더 아픈 느낌이 들어서, 이걸 계속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어쨌든 국내 최고 허리 전문의가 소개해준 방법이니, 뭔가 있겠지 하면서 계속 진행했다.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직장을 도보로 출퇴근했다. 원래 한번 자리에 앉으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담배도 안 피우고, 직원들과의 교류도 많지 않아서, 오후 내내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일이 많았다. 근데 오후 시간 중간쯤에 한번 나가서 15분쯤 회사 주위를 돌았다. 시작과 끝부분에 허리를 뒤로 접어주는 것을 5회씩 해줬다. 확실히 뒤로 젖히는 스트레칭을 할 때는 허리가 시원하다는 게 느껴졌다. 걸을 때 거만하게 걸어야 하는데, 어떻게 걷는지는 정선근 교수님 유튜브를 참고해 보시면 된다. 유퀴즈에 출연하신 적도 있는데, 그 영상도 괜찮은 것 같다.
아이들을 챙기고 나오다 보니, 출근시간이 빠듯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땐 거의 달리다시피 걸었다. 엉덩이 허벅지와 종아리가 꽉하고 뭉칠 정도로 걸었다. 그저께였나? 와이프가 엉덩이가 왜 그렇게 화났냐고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확실히 거울에 비춰보니 엉덩이가 솟아 있는 게 느껴졌다.
20일쯤 경험담을 적었을 때, 누웠다가 곧바로 일어나는 게 가능해져서 기쁘다는 얘기를 했었다. 근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누웠다 일어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허리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너무 가뿐했고, 힘이 났다. 8살 딸아이를 번쩍 들어 안아줬다. 허리가 완치된 느낌이었다. 몸을 굽혀 세수를 해 본 게 얼마만인가? 누웠다 일어날 때 누운 자세로 일어난 건 얼마만인가? 신발끈을 허리를 굽혀 묶어본 건 또 얼마만인가? 날아간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너무 컨디션이 좋았던 나머지 테니스 칠 때 무리를 좀 해서 다시 허리가 약간 묵직해졌다. 아직 완치된 게 아니니 조심해야 될 것 같다. 근데, 생각보다 효과가 너무 빨라 놀랍다. 허리 때문에 1년 넘게 고생을 해 왔는데, 열심히 걷고 나서 한 달 만에 좋아진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드렁큰타이거가 TV에 나와서 척수염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때 밖으로 나가서 마구 걸어 다녔는데, 나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다른 의지 때문에 나았구나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걷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 나처럼 허리 때문에 고생하고 있으신 분이 많을 것이다. 이것저것 많이 해보셨을 텐데, 눈 꼭 감고 30일 정도만 걷기에 집중해 보시라.(아 앉을 때 허리를 펴서 앉는 것도 잊지 마시고) 저와 상태가 비슷하신 분이라면 생각보다 빠른 호전에 놀라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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