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바람에 낙엽이 떨어지듯 겨울이 되자 몇 안되던 머리카락마저 작별을 고한다. 가난은 겨울에 표가 난다고 했던가? 다른 모든 부위는 추위를 가려줄 방한장비가 있지만, 직장인에게 머리는 오로지 숱으로만 방한을 할 수 있다. 두피를 스치며 지나가는 칼바람을 막아줄 새 친구들이 필요했다.
덧붙여 딸이 한 달 후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꼬꼬마 때부터 거울 보는 걸 좋아하던 스타일리시한 아이다. 이제 곧 아빠의 머리가 친구 아빠와 다르다는 걸 느낄 테다. 딸의 부끄러움이 될 순 없다. 제일 큰 이유다.
탈모약은 복용하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 끊으면 탈모가 더 빨리 진행된다는 말도 있다. 선천적으로 약을 싫어하고, 건강염려증이 있는 나에게 머리가 난다는 것만으로 성분을 잘 모르는 약을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거기다 탈모약은 성욕을 감소시킨다는 말도 있지 않나? 프로페시아를 6개월 정도 복용해 본 경험으로는 연관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머리카락을 얻기 위해 희생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난 탈모치료를 시작했다.
반응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장실 오래 있는 남편(앉아싸기 서서싸기) (0) | 2023.02.06 |
---|---|
IT 전공자의 IT회의 울렁증 극복기 (0) | 2023.02.04 |
아이는 부모의 거울 (0) | 2022.12.30 |
월요병 (0) | 2022.10.23 |
어머니와 딸 (0) | 2022.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