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화장실 오래 있는 남편(앉아싸기 서서싸기)

생각파워 2023. 2. 6. 22:58

요즘은 잘 안 나오는데, 예전에 한참 TV에서 남녀 분쟁을 일으켰던 내용이 있었다.

남자가 오줌을 눌 때 서서 싸야 하는가? 앉아서 싸야 하는가? 에 대한 내용이었다. 서서 싸는 걸 고집했던 쪽(주로 남자)에서는 남자가 서서 싸는 게 당연하다. 볼일 보기 불편하다. 누고 싶은 대로 누면 되지 그걸 강제해야 하나 하는 내용들의 주장이 주를 이루었다. 반면 앉아서 싸야 한다는 쪽(주로 여자)에서는 서서 싸면 변기가 더러워진다. 미세오줌방울이 칫솔, 수건 등 욕실 전체로 퍼져서 불결하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난 남자가 꼭 서서 싸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아니어서, 와이프 부탁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7년 넘게 앉아서 싸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문제가 좀 생겼다. 

예전에는 이 문제를 청결의 관점에서 봤었다. 오줌방울이 욕실 사방에 튀는 건 좋지 않으니, 내가 좀 희생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소변을 볼 때 대변보는 자세를 취하는 게, 장트러블러인 나에게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바지를 내리고 앉으면 변의를 느끼는 것이 문제였다. 장이 민감하기 때문에 급똥이 올 때가 많은데, 변의를 무시하고 나갔을 때 그 빈도가 높았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변의가 있으면 변기에서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처음 5분 정도 앉아있던 시간은 7년 후 한 시간을 넘기는 일이 많아졌다(남편들에게 화장실이 제일 편하다는 점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16부작 드라마를 화장실에서 다보는 일이 흔했다.  결국 치질기가 생겼다. 치질이 그렇게 무서운 병인지 처음 알았다. 정말 조그마한 점 같은 게 튀어나왔었는데, 엉덩이 전체가 아래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업무에 집중도 힘들었고, 변을 볼 때마다 찢어지는 느낌 때문에 두려웠다. 한 달쯤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르고 해서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병이었다.

 

이런 상황을 겪다 보니 요즘 드는 생각이 이렇다. 그냥 좀 튀더라도 서서 누는 게 나았던 것 아녔을까 하는 생각.

앉아서 싸더라도 바로 일어나면 되지 않냐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정신력이 나약해 빠진 거 아니냐고. 근데, 막상 앉아서 그 느낌을 받으면 쉽사리 일어날 수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장트러블러다. 그래서 요즘은 반반씩 정도 시도해 보고 있는 중이다. 일단 화장실에서 빨리 나오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서서 오줌을 누려고 한다. 대신 청소를 좀 더 자주 하고, 칫솔같이 청결해야 하는 도구는 문 달린 선반 안에 넣어두려고 한다.

 일단 그렇게 하자 화장실에서 빨리 나올 수 있게 됐다. 습관을 들이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점점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화장실에 오래 머무르는 습관이 없어지면, 다시 앉아서 볼일을 볼 생각이다. 여자가 셋인 집에 청결은 항상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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