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의 입학이 다가오니, 주보호자에게 오는 알림톡이 많아진다. 내가 주 보호자라니... 알림톡을 받을 때마다 어깨가 무거워졌다. 어린이집의 일은 대부분 와이프가 알아서 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상황이기도 했다. 어쨌든,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환경변화가 큰 아이에게 도움이 될만한 일들은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
불꽃같은 방과후수업 신청이 끝나고, 그 뒷수습에 한참인데, 학교로 견학을 오라는 알림톡이 왔다. 학교시설을 둘러볼 수 있고, 특히나 담임선생님을 만나 뵈는 첫날이기에, 부부 둘 다 외출을 내고 가기로 했다. 집과 가까운 초등학교라 외형은 익숙했는데, 들어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말보다 주먹이 앞선던 학창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내게 선생님은 항상 긴장되는 존재였다. 그런 선생님들이 학교 여기저기 안내를 하고 계셔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대담한 척했지만, 물이 가득 든 컵을 들고 다니는 것 같았다. 표지판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1학년들의 반이 있는 2층으로 올랐다. 투명한 유리창으로 된 도서관이 제일 먼저 보였다. 파스텔톤의 깔끔하고, 편안한 느낌이 긴장을 조금 풀리게 만들었다.
긴 복도를 지나 교실 문 앞에 섰다. 조그마하고 줄지어 놓여있는 책걸상이 먼저 보였다. 교실의 좌측 앞에 선생님 자리가 아이들을 마주 보게 돼 있었고, 그 뒤로 노란 이름표에 반 아이들의 이름이 행과 열을 맞춰서 붙어 있었다. 뒤쪽 창가에는 2층짜리 사물함이 놓여있었다. 사물함을 잘 활용하면 아이의 가방이 가벼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 반에 계시다는 담임선생님은 안보이셨다.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다, 좌측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선생님과 교감이 제일 잘되는 자리기도 했고, 우리가 이렇게 아이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여서다. 다른 학부모 한분이 들어왔다. 아이와 같은 반 아이의 부모님이기에 평소보다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예전에 학교를 다닐 때, 다른 학부형에 대한 엄마의 인사가 과장됐다는 느낌을 받고는 했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곤 다시 침묵. 11시에 견학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참여율이 높지 않았다. 20여명 정원에 아이를 데리고 온 할머니까지 세 팀이 왔을 뿐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늦다니, 나로서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드디어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꼬불꼬불한 긴머리에, 스웨터, 스웨터와 같은 느낌의 까만색 긴치마를 입고 계셨다. 학부모 앞에서 절제된 행동을 하고 있었지만, 공간에 익숙한 느낌이었다. 웃고 있었지만, 온 감각을 동원해서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파악하는데 애썼다. 다정한 분이실까? 결혼은 하셨을까? 1학년을 맡아본 경험은?? 질문들이 입속을 맴돌았지만, 아직은 기다려야 했다. 인사를 마친 선생님 입에서 답변들이 쏟아졌다. 결혼을 했고, 긴 교직 생활 중 5년 넘게 1학년을 맡았으며,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봐서 학부모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하셨다. 순식간에 질문의 절반이 사라졌다. 베테랑이셨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견학이 시작됐다. 돌봄 교실과 화장실, 체육관, 도서관, 교무실, 신발장을 차례대로 둘러봤다. 가장 관심 있었던 식당에서는 조리사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재료를 진열해 놓고, 가능하면 좋은 재료를 먹이려고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학교는 깔끔했고, 인솔자는 경력직이었기에 견학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견학을 마치는 시간. 자리배치에 대해 물었다. 처음 한 달간은 번호순, 그 뒤부터는 제비 뽑기로 앉힌다고 했다. 좋지 않은 자리에 1년을 앉게 될까 걱정했었는데, 맞춤 답변으로 걱정이 사라졌다.
요즘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나하는 감개무량함이 종종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알림톡이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란 걸 알려준다. 다음 주는 입학식이다. 아이 견학도 시키고, 옷도 사고, 방과 후 시간표도 짜고, 학원도 정리하고. 할게 많다. 정작 아이는 느긋한데, 우리가 호들갑이다.
어쨌든 달려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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