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독서]채식주의자(한강)

생각파워 2022. 9. 2. 23:10
 
채식주의자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1부《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2부 《몽고반점》, 그리고 3부《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영혜를 주인공으로 각 편에서 다른 화자가 등장한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몽고반점》에서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 세번째 《나무 불꽃》에서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혜가 화자로 등장한다. 잔잔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한 흡인력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인 상상력을 결합시켜 섬뜩하지만 아름다운 미적 경지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저자가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저자
한강
출판
창비
출판일
2007.10.30

 

무던한 남자와 무던한 여자가 결혼했다.

사랑이 있는 결혼은 아니다. 그럼에도 결혼생활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여자가 꿈을 꿨다 하곤, 채식을 선언한다.

남자는 달래도 보고, 얼러도 보고, 협박도 한다.

여자는 점점 이상해진다.

브라를 하고 다니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며, 잠을 거의 자지 않고, 남편과의 잠자리를 피한다. 

여자와 남자는 말라가고, 남자는 처가에 도움을 청한다. 

폭력적인 장인, 소극적인 장모, 가족을 부양하는 예쁜 처형, 예술가 동서, 그리고 남동생 부부.

처가 식구 모두 합세하여 여자에게 육식을 강요한다.

결국 여자의 아빠가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고 한다. 

여자는 격렬히 저항한다. 결국 여자는 칼로 손목을 긋는다.

여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남자는 떠나고 여자는 홀로 남았다.

 

 

또 다른 남자(여자의 형부)는 몽고반점에 집착한다.

처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 있을 거라는 아내의 말은 남자의 가슴에 불씨를 던졌다.

처제에게 성욕과 작품으로서의 열정을 동시에 느낀다.

남자는 여자의 나체를 영상에 담고 싶어 한다. 작품으로서의 섹스 장면을 포함하여.

여자의 몸에 꽃과 잎을 그리고, 영상에 여자의 나체를 담는다.

섹스 장면을 위해 후배 작가를 섭외했지만, 후배 작가의 거부로 실패한다.

결국은 남자가 전 여자 친구의 도움을 얻어, 자신의 몸에 꽃과 잎을 그리고 여자와의 섹스 장면을 촬영한다.

아침이 되었을 때, 남자는 자신의 아내이자, 여자의 언니가 집에 들어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섹스 장면을 촬영한 캠코더를 본 아내는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며 앉아있다.

그리고 둘을 정신병원에 가둬버린다.

 

 

여자(아내이자 언니)는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남편은 정상 판정으로 퇴원했고, 증상이 심해지는 동생은 가성비 좋은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동생은 음식을 끊고, 이제는 나무가 되고 싶어 한다.

자신이 나무이기 때문에 물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미쳐서 죽어가는 동생을 보며, 여자는 자신을 되돌아본다.

하혈로 인한 죽음의 그림자가 간단한 시술로 사라졌을 때, 안도보다 실망이 더 큰 것은 왜 였을까?

여자는 책임감이 강했다.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곧잘 했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의 해장국도 끓일 정도였다.

자식들에게 폭력적이던 아버지도, 큰딸에게는 손찌검을 덜했다.

남편을 잃은 지금도 여자는 아이에게 헌신적이다. 

이미 죽어버린 자신을 억지로 살려나갈 정도로.

꾸준히 지속된 성폭력은 이미 그녀를 죽여버렸다.

미쳐서 죽어가는 동생, 자신의 동생과 남편의 섹스, 어릴 적 성폭력.

여자는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란다.

 

 

인과관계를 중요시하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소설이다.

급작스런 채식선언, 이상해져 가는 아내를 중요한 모임에 데리고 나가는 남편, 남편의 인내심,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사위 앞에서 딸의 뺨을 후려치는 아버지, 몽고반점 하나로 이상해져 가는 처제에게 욕망을 느끼고 이를 실현하는 형부.

소설이 과장되는 것은 당연할 텐데, 난 왜 채식주의자에 더 엄격한 것일까?

자신을 문 개의 처참한 죽음과 그 개로 만든 음식을 삼킨 충격, 어렸을 적 아버지의 극단적인 폭력이 영혜를 채식주의자로 만들었고, 결국 나무가 되고 싶어 한다. 인정.

회사 사장의 부부동반 모임을 과장이 거부하긴 힘들다. 인정.

아내가 이상해지고, 채식으로 인해 생활이 불편하긴 하지만, 가정을 지키고 싶다. 인정.

어릴 때부터 자식을 폭력으로 다스렸고, 결혼해서도 폭력으로 해결한다. 인정.

예술가들은 뭐 하나에 꽂혀야 예술가다. 그게 처제의 몽고반점이라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이해 못 하는 내가 이상할 뿐. 인정.

 

맨부커상 수상작이라는 부분이 걸림돌인 것 같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입소문 난 예술영화를 보고 난 후의 허무함이 있다.

범인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자신에게 실망하는 부분도 있고.(마지막 부분에 해설이라는 20페이지 분량의 내용은, 수능 지문을 읽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시간을 잊을 만큼, 흡입력이 있다.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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