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봄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주식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던 때였다. 사람들은 본인 주식 수익률을 자랑했고, 이런 상황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고 있었다. 버블이 터질 때 으레 그렇듯, 나 역시 더 늦기 전에 올라타려고 가지고 있던 모든 돈을 끌어모았다. 돈은 굴려야 돈이라는 말에 취해 고이고이 간직하던 부모님 세뱃돈도 계좌에 넣어 주식 구매를 했다. 부자를 지향하는 사람은 이렇게 해야 된다고 자위하면서.
애플, 구글, 아마존, MS, 테슬라... 미국 주식 순위 1위~ 10위까지 기업의 주식을 같은 금액만큼 구매를 했다. 디즈니, 스타벅스, 나이키, 코카콜라, 펩시, 비자... 유명한 기업들은 죄다 사 모았다. 그런 유명한 기업들의 주주가 됐다는 게 기뻤다. 코카콜라가 100년 가까이 우상향 했단다. 이 주식들도 우상향만 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금리가 오를 거라는 말,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말은 그즈음에도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이 좋을 리 없다는 말도 계속 듣고 있었다. 지금은 현금화해 놓는 것이 좋다는 전문가들의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었기에, 그런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에게 저들은 어설픈 전문가들일 뿐이었다.
상승은 길지 않았다. 그 이후로 추락이라 부를 만한 하락이 찾아왔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주식앱을 확인했고, 좌절을 맛봤다. 매일매일이 하락의 연속이었다. 이 하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고 했다. 유래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미국이 금리를 더 많이 계속 계속 올릴 거라고 했다. 이제 주식은 희망이 없다 말했다. 페이스북(메타) 주가가 -60%까지 빠졌고, 디즈니도 -40%, 나머지 주식들도 -30% 내외를 유지했다. 전체 투자금의 30% 이상이 사라져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로 두 번째 좌절이었다.
내 계좌만큼 나도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일에 흥미도 없어지고, 자신감도 없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주식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하고 주식을 해야 하는데, 주식을 하고 물리면 공부를 하는 패턴이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었다. 10권쯤 되는 책을 사다가 닥치는 대로 읽었다. 책을 다섯 권쯤 읽었을 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몇 년을 투자하려고 하는 거지? 10년 동안 주식을 모아나 가야 한다면, 지금 가격이 싸진 것은 괜찮은 거 아닌가? 애플이 망할까? 구글이 망할까? 망하지 않는다면 쌀 때마다 사두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불안감이 가시면서 시야가 좀 밝아졌다. 희망은 싹텄지만, 예전만큼의 주식을 사 모을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 떨어질지 알 수 없어, 일단 버티자고만 생각했다. 중간에 테슬라가 -60%를 갔을 때 조금 추가 매수했다. 연말정산을 받기 위해 연금저축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ETF를 구매했다. 인플레이션 구간에는 식료품이 강세라 코카콜라를 조금 추가 매수했다. 스타벅스가 반전 기미가 보이자 조금 추가 매수했다. 그거 외에는 계속 홀드만 하고 있었다.
뉴스를 끊고, 공부에 열중하며 보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앱을 열어 상황을 확인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하락이 멈췄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몇 종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아주 오랜만에 수익이 났다는 빨간 글자가 보였다. 엔비디아는 30% 수익률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포트폴리오가 -10%까지 회복했다. 오르니까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사람의 마음은 주식투자 부적합하게 만들어졌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몇 개월동안 뉴스의 흐름을 지켜봤었다. 미디어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오면 환호하고, 어떤 지수가 잘못 나오면 세상이 망할 것처럼 좌절했다. 그 흐름이 너무 극단적이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조울증 환자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타의로 장기투자를 하고, 가치투자자가 됐다. 많은 걸 알지는 못하겠는데, 한두 가지는 알 것 같다.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 없고, 망하지 않을 괜찮은 기업은 꾸준히 사모아야 된다는 것. 고로 나는 꾸준히 투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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