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인 둘째가 일춘기를 겪고 있다.
안돼, 싫어, 때릴거야를 입에 달고 산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돌고래 같은 비명을 지르고,
손에 들고 있는 게 무엇이든 던져버린다.
결국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너무 걱정이라는 말로 나와 아내를 은근히 채근한다.
뭐든 해야 한다.
강하게 잡을 것인가? 부드럽게 다룰 것인가?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겐 선택지가 별로 없다.
아이들에 대한 폭력이 횡행하던 시대를 지나온 나인지라 아이들에 대해서도 강압적인 표현이 먼저 나온다.
아이를 직접 때리진 않지만, 그만한 강도의 큰 소리로 아이를 위협한다.
명치에서부터 가슴까지 뭔가가 치솟으면, 꼭 밖으로 발산해야 한다.
여기저기 불을 뿜어대는 고질라처럼.
또다시 돌고래 소리가 들리고, 뭔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이번엔 제대로 고치리라.
아이에게 큰 소리를 지른다.
아이도 따라 소리친다.
끝나지 않을 배틀이 엄마의 출현으로 마무리된다.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보자.
솟아오르는 울화를 한 번만 참아보자.
또다시 시작된 비명과 둔탁음.
한박자 쉬고, 아이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왜~ 무슨 일 있어?'
생각지 않은 반응에
아이가 약간 당황해한다.
'기분 나빠도 물건을 던지면 안돼~'
언니와 장난감을 서로 가지겠다고 다툰 모양이다.
다투던 장난감보다 더 좋아하는 장난감을 들이밀어본다.
아이가 순식간에 밝아진다.
한건 해낸 것 같다.
한번 더 아이가 소리를 지른다.
'안아봐도 돼?'
아이가 순순히 팔을 벌린다.
아이를 꼭 안아주고, 하고 싶은걸 물어본다.
안아서 들어 올려 달란다.
아이는 벌써 좀 전의 일을 잊었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해와 바람의 이야기를 실습해 본 느낌이다.
내일은 조금 더 따뜻하게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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