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핑계로 수시로 욱한다.
생각해보면 그건 사랑해서 하는 게 아니라 아이 때문에 내 기분이 나빠져서 그냥 화를 내는 거다.
그것도 절대 반항할 수 없는 존재에게 미친 듯이.
시간이 지난 후에 후회하고, 눈물을 글썽여봤자 난 그냥 아이들에게 폭력 아빠일 뿐이다.
이제 그 악마의 고리를 좀 벗어나려고 한다.
아이에게 화가 나는 이유는 기대감이 너무 큰 게 아닐까 싶다.
양말을 잘 신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엉망으로 신었을 때.
밥을 깨끗하게 잘 먹을 것 같은데, 먹지 않고 뭉기적 거릴 때.
인사를 제대로 안 할 때.
욱 하고 화가 난다.
아직 어린애다. 이제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작은 아이다.
큰 기대를 하지 마라.
큰 기대를 걸만큼 해준 게 없다.
불같이 화가 난다면, 같이 있지 말고 도망쳐라.
자리를 피하는 것만으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단다.
해봤지만, 그렇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그냥 아이를 볼 수 없는 곳으로 도망쳐라.
화가 풀릴 때까지 보지 마라.
유튜브, 티브이가 나쁘다고 하지만 가슴에 못을 박아대는 아빠만큼 나쁠까?
영상 보여주고 사라져라.
아이를 힘들게 하지 마라.
자기가 나오고 싶어서 세상에 나온 게 아니다.
다 내 욕심으로 나온 아이다.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 아이는 할 일 다 했다.
내 욕심을 온몸으로 받아 준,
세상에 다시없을 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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