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읽기 시작한 육아서적이, 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난 왜 이럴까? 나란 놈은 정말 답이 없다. 이런 생각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저를 괴롭힙니다. 그때마다 몸서리치죠. 밥 먹다가, 운전하다가, 일하다가 불쑥불쑥 찾아오는 그 감정은 삼키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자주 외마디 비명을 지릅니다. 윽, 아, 아놔 진짜, 씨X...
정면으로 문제에 맞서라고 해서, 그런 감정을 일으키는 문제들을 계속 곱씹기도 했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고 명상하는 시늉을 내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저의 나쁜 기운이 아이에게 스며들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망과는 반대로 아이에게는 참 나쁜 아빠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사소한 잘못이 심기를 거스르면 집요하게 아이를 추궁했고, 아이가 잘 못 따라 하는 게 있으면 버럭버럭 화를 냈습니다. 천사 같은 아빠였다가, 갑자기 악마로 변하는 아빠를 보면서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가스라이팅이 따로 없죠. 책에 나오더군요. 지킬박사와 하이드라고.
불과 얼마 전까지 아이의 말이나 행동이 잘못됐을 때는 아이에게서 문제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우리 애는 왜 집중을 못할까? 왜 말을 안 들을까? 왜 떼를 쓸까? 모든 문제의 원인을 아이에게서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아이라고 생각하니까 해결책도 아이만 잘 되게 하면 되는 거였죠. 그래서 아이가 집중하도록 소리를 질렀고, 아이에게 강하게 인지시킨답시고 화를 냈었습니다. 무지가 사람을 얼마나 용감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표본이라고 해도 무방 할 겁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신념은 있어서 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는 자신감마저 가지고 있었습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입니다.
책에서는 왜 욱하게 됐는지 원인을 살펴보라고 합니다.
욱이 과연 아이의 문제인지, 자신의 문제인지 살펴보는 거죠. 난 무엇 때문에 욱하는 아빠가 됐을까 고민해봤습니다.
무뚝뚝하고 소심한 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어머니의 가르침은 거의 대부분 매와 함께 찾아왔죠. 대인관계를 힘들어하는 점과 화를 쌓아뒀다가 한꺼번에 터트리는 방식이 이렇게 굳어지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소심하니 말을 못하고, 말을 못하니 쌓이고, 쌓이니 터지고...
책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남자의 욱은 관계의 포기, 단절, 파괴를 가져올 때가 많다.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몰라, 모든 관계를 파괴시켜왔습니다.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아이들과의 관계를 망칠 순 없습니다. 아이의 인생도 망칠 수 없습니다. 잘못된 부분들을 하나씩 풀어볼 겁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문제 해결은 안 되겠지만, 어머니와의 문제점도 살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을 잘 키워보고 싶습니다. 저부터 달라져 보려고 합니다. 나의 잘못된 행동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깊이 느껴보려고 합니다.
혹시, 아이를 훈육한다는 생각으로 사랑의 매를 사용하는 분이 계시다면, 아이는 강하게 교육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지금 내 아이에게서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떨고 있는 그 아이에게 필요한 건 매가 아니라 공감 어린 따뜻한 말이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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