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 행동 곳곳에서 예스런 느낌이 많아 묻어 있습니다.
육아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막상 낳고 보니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라는 게 실제로 때려야만 매일까요? 눈으로 쏘아대는 폭력적 시선, 가슴에 대못을 박는 독한 말들... 조그마한 아이에게 가해지는 정신적인 폭력이 사랑의 매보다 덜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 제 자신이 가족을 정말 사랑하는 가정적인 남자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가며 가끔씩 우쭐해할 정도였죠. 그러기에 저의 폭력적인 말들을 '사랑해서..'라고 더 옹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행동을 조심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화가 나면 내 기분이 괜찮아질 때까지 비수를 쏘아대던 행동을 멈췄습니다. 가능한 말을 줄이고, 제 잘못이라고 생각됐을 땐 바로 사과해서 집안 분위기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집안의 분위기가 나아지고, 아이들도 훨씬 편안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가끔씩 아이들이 말을 안들을 땐 과격한 말들이 튀어나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주구장창 해주고 있지만, 아이들과 대화하는 방식에 서투름을 느꼈습니다. 멘토가 필요했습니다. 육아 전문가인 오은영 박사님과 꼭 한번 상담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상담예약을 잡으려고 했더니, 석 달에 한번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하고, 그마저도 일찍 마감이 되는 경우가 많아 상담받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때 접하게 된 게 이 책입니다.
제 시선을 잡은 건 '버럭 하지 않고 분명하게 알려주는 방법' 이란 문구였습니다. 전 거의 대부분을 버럭 했었거든요.
책은 130개의 상황별 대화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책에 있는 상황 대부분이 제가 맞닥뜨렸던 상황이어서 예전 상황을 회상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이렇게 얘기했어야 하는구나. 왜 난 그러지 못했을까? 매 상황마다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참 많이 반성하게 하는 책입니다.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책을 관통하는 핵심 내용은 몇 가지로 추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사랑을 표현하라.
둘째, 아이의 마음을 인정하라.
셋째, 아이는 나와 동등한 인격체다. 존중하라.
넷째, 알 때까지 열 번이고 백번이고 알 때까지 가르쳐라.
사랑을 표현하라.
전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수시로 합니다. 늦게 결혼을 해서 그런지 아이들과의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고, 아쉽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내 마음을 아이가 그냥 알아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초능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게 있다지만, 그런 것 일수록 말로 표현해서 더 잘 알 수 있게 해 주면 좋지 않을까요? 특히나 아이들에게는 그런 말들이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부터 전 두배로 더 얘기해 줄 생각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인정하라.
아이와 놀이공원에서 열심히 놀았는데, 장난감을 안 사준다고 짜증을 냅니다. 하루 종일 열심히 놀아줬는데, 뭔가 배신당한 느낌이 드는 거죠.
저 역시 자주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야단을 많이 쳤었습니다. 열심히 놀아줬는데 왜 짜증을 내냐고.. 앞으로 놀이공원 안 데려온다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놀이공원과 장난감은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놀이공원에서 재미있게 놀아줬으니, 장난감은 갖고 싶다고 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게 맞게 말하는 걸까요? 예전에는 맞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약간 달라졌습니다. 아이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이 그런 거니까 더 인정해 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책에서는 이럴 때, 배신감에 치를 떨기 전, 아이에게 차분히 말해보라고 합니다. 니 마음은 잘 알겠다고. 하지만 오늘은 사줄 수 없다고. 써먹어 봤습니다. 생각보다 잘 통합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설정이 아님을 느낍니다.
아이는 나와 동등한 인격체다. 존중하라.
친구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필요한 경우라면 설득하려고 애씁니다. 아니면 무관심해지죠. 아이에게는 어떨까요? 한두 번 설명하다가 강요합니다. 이렇게 해!! 저렇게 해!! 제가 항상 그랬습니다. 난 너를 정말 사랑한다. 난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다. 그러니 넌 내 말을 따라야 한다. 아이가 소유물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소유물처럼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잘되진 않지만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갑자기 화가 나서 소리친다든지 하는 상황은 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생각이 다른 친구에게 대화로 설득하려고 하는 것처럼 아이도 그렇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알 때까지 열 번이고 백번이고 알 때까지 가르쳐라.
몇 번을 말해야 돼!!라는 말도 자주 쓰이는 말이죠. 서너 번쯤 얘기했는데 아이가 안 들어주면 꼭 나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쪼꼬맣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뭔가를 가르칠 때, 아이는 초등학생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아직 논리 정연하게 말도 잘하지 못하는 아이인데, 제 말을 백 퍼센트 이해할까요? 백 퍼센트 이해를 했다면 제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받아들였다면 그것을 습관화할 수 있을까요? 쪼꼬만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구나라고 느낀 것도 비교적 최근입니다. 책에 있는 무수한 잘못된 사례에서 제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달라질 제 모습을 연습해 봅니다.
책은 많은 긴장 상황과 해결책을 오은영 박사님의 '말'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글을 읽고 있는데, 오은영 박사님의 말이 들려옵니다. 책을 그렇게 구성했다고 합니다. 오은영 박사님의 한 시간짜리 상담이 절실한 저였는데, 책으로 매일 오은영 박사님과 상담하고 있습니다. 거의 처음 읽은 육아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 한 권으로 아이들과 저의 관계가 많이 개선됐습니다. 고마운 책입니다.
덤으로, 가끔 제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만들어 줍니다. 지금의 내가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어렴풋이 보여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힘들었던 상황에 처했던 저를 위로해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고마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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