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물을 정리하다 보면, 수명을 다한 옷들이 보인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기름기가 빠지고 건조해지듯이, 세탁물도 물이 빠지고 뻣뻣해진다. 그런 느낌을 받은 주말에는 어김없이 아이들의 옷 한두 봉지가 재활용쓰레기에 놓인다. 재활용과 음식물을 버리러 갈 때 가져가서 의류수거함에 넣게 되는데, 이 과정이 나에게는 좀 곤욕스럽다. 반투명의 봉지를 신경 쓰지 않듯이 바라보지만, 짧은 순간 이미 내 눈은 봉지 속 내용물의 스캔을 끝낸다. 그리곤 버리고 싶지 않은 옷을 발견하고 가슴이 철렁한다. 저 옷을 떠나보내야 하다니... 저 옷을 입은 아이의 모습이 너무 이뻐서 내 머릿속에 완벽하게 각인된 옷인데... 느낌이 사람과 헤어지는 것 못지않다. 아내라고 시원한 마음으로 보내는 건 아닐 거다. 아이를 싸맨 그 옷의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