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설거지하는 나를 보면 와이프는 고무장갑 끼고 하고, 웬만한 건 식기세척기를 쓰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손목이 덜 아프고 손이 좀 부드러워 지리라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뜨거운 물로 두 번을 헹군 식기세척기의 문을 열면 폭발하는 수증기와 딱히 좋다고 할 수 없는 냄새가 난다. 쓴 지 하루쯤 지난 행주에서 나는 냄새랄까? 3년 된 식기세척기의 문제일 수 있다. TV에 나오는 투명한 창을 가진 식기세척기면 믿을 수 있으려나? 어쨌든 지금 난 식기세척기를 쓸 수 없다. 물에 푹 담가 충분히 불린 식기를 씻는 일은 마음의 안정을 줄 정도로 순조롭다. 세제를 묻혀 거품을 낸 수세미를 힘주지 않고 부드럽게 문질러만 줘도 식기는 매끄러운 얼굴을 되찾는다. 가끔 화가 난 밥풀이 수세미를 멈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