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실에서 나는 경쾌한 멜로디가 세탁이 끝났음을 알렸다. 10 년 가까운 나이를 살아온 세탁기는 여행 후 쏟아져 나오는 빨래를 계속해서 처리해 내고 있었다. 이제 한 번만 더 돌리면 빨래는 끝이다. 빨리 돌려놓고 쉴 생각에 마음이 조금 설랬다. 어제 나온 카지노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폰 안에서 날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조금만 기다려라. 설레는 마음으로 세탁기 뚜껑을 열었을 때, 난 카지노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세탁기 안은 투명한 젤리로 엉망인 상태였다. 몇 번의 경험으로 바로 알 수 있었다. 세탁기 속에 들어가선 안될 것이 들어갔다는 것을. 누군가가 세탁물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세탁기 속에 퉁퉁 불어 옆구리가 터진 기저귀가 투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