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난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했다. 말을 곧잘 하고, 유머 감각도 있었기에, 내 빠른 눈치는 당연하거라 생각했다. 모임의 분위기, 상대의 기분, 그에 따른 내 반응 역시 내 계산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다. 심지어는 내 눈치를 확신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연애를 할 때 항상 상대를 다그쳤다. 난 다 알고 있으니까. 궁예의 관심법 같았으려나. 시간이 한참 지나 생각해보니, 눈치 없이 한 행동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매일, 자주 부끄러움에 치를 떤다. 난 눈치가 빠른 게 아니라, 눈치를 보면서 사는 쪽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엄마의 매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중학교 때, 2년에 걸친 학교폭력이 날 그렇게 만들었을까? 가난하고, 또래에 비해 작고 힘없는 아이가 무차별적인 폭력을 피해 살아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