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성공한 사람들의 글은 단단하다.
지식의 빈약함을 화려한 말로 감추려 하지 않는다.
더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한다.
자청님을 그렇게 잘 알지 못했다.
인터뷰하는 유튜브를 몇 번 본 게 전부였다.
기억에 남았던 건, 가구 조립 대행 사업에 대한 얘기를 하는 부분이었다.
언제든 난 월 1000만 원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를 덧붙였었던 것 같다.
독서와 글쓰기를 추천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나 역시도 여러 책을 통해 독서와 글쓰기가 나를 업그레이드시켜주는 방법이 된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사람은 자기와 닮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더 끌렸었나보다.
아이를 데리고 오랜만에 서점을 갔다.
아이가 사고 싶은 포켓몬 도감책을 사주고, 나도 뭐 살게 없나 베스트셀러 코너를 두리번거렸다.
베스트셀러 구역은 다른 진열대보다 휘황찬란하다.
일반 매대가 아파트라면 베스트셀러 구역은 한남동 느낌이랄까?
여유롭고, 부유하다.
역행자는 그런 구역에서도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책의 내용을 책이 있는 위치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첫 몇 장을 읽어보고 바로 구입했다.
글씨도 크고, 내용도 술술 읽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일고 있던 책이 있었는데, 이것부터 읽어야겠다 다짐했다.
그만큼 쉬워 보였고, 만만해 보였고, 땡겼다.
첫 부분은 자기소개다.
내가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 사람들이 인정을 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다.
댄스 경연대회에서도 심사위원은 먼저 댄스를 선보여 자신의 실력의 입증해 심사위원의 권위를 세운다.
자청님은 신데렐라 스토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인생 바닥이었던 오타쿠가 13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표이사이자 수백억 원의 자산가로 성공한 스토리.
게다가 매월 수억 원의 자동 수익이 완성되어 있다면, 시집 한번 잘 간 신데렐라에 비하겠는가?
흔한 클리셰지만 항상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일이 계속 잘 풀려서, 매력 없는 오타쿠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대 초반에 독서의 힘을 믿고, 독서와 글쓰기를 계속해 나가는 사람, 과외로 매달 200만 원을 벌어들인 사람, 사람 대하는 법을 이미 체득하고 있던 사람. 어떤가? 이 정도면 성공의 기틀이 이미 마련돼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에겐 오타쿠의 화려한 변신 보단, 실행력이 뛰어난 청년의 성공기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자청님의 실행력은 최고다.
책 중간중간 중요한 말들이 나온다.
'이미 관련 분야의 책을 10여 권 읽은 상태라...', '이미 관련 공부를 해놓은 상태라...'
간단히 한 줄로 적고 넘어가는 말이지만 그 속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 실행력이 붙으면, 실패하기 쉽지 않다.
역행자에서는 꾸준하게 말한다.
그냥 해라.
자의식이 막고, 정체성이 막고, 유전자가 막고, 뇌가 막지만,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실천하라는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들었었다.
그래서 그렇게 하고 있었다. 아니 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자청님이 말한 것처럼 행동하지 않으니, 달라지는 게 없는 것이었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계속 의문이었다. 왜 내가, 내 상황이 바뀌지 않는지.
육아를 병행하며, 하루 만에 책을 다 읽었다.
자청님이 얘기한 100명 중 한 명이 돼 보려고 한다.
읽고, 쓰고, 실행하고, 점검하는 것.
자청님에게 1000만 원을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덕분에 이렇게 됐다고.